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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산 홈페이지

2014.12.17 09:30

산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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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때의 일이다. 객지에서 공부하며 자취를 한일이 있다. 그때는 솔가지 불로 밥을 지어야 했다. 매캐한 연기에 눈물도 흘리고 밥을 재지는 법도 그때 익혔다.

그 기억이 몸에 배어서 지금도 불로 밥을 짓는 일은 잘 하는 편이다.


요새는 집집마다 전기밥솥으로 밥을 짓기에 중년 여성이라면 나뭇가지 불로 밥하는 게 서투른 분도 많이 있을 것이다.


산속에서 사냥을 하며 며칠을 지내려면 밥은 전기밥솥으로 하는 게 아니라 프로판 가스 불로 할 수밖에 없다. ‘여자 밥하듯 한다’는 말이 있다. 밥하는데 익숙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산에서 밥을 할 때 내 취향에 따라 고슬고슬하게 짓고 바닥에 누룽지를 눌게하여 숭늉을 만들면 아주 근사한 디저트가 된다.


마지막 재쳐질 때 나오는 밥 냄새가 얼마나 구수하고 친숙한가. 그 냄새가 산 냄새가 되기도 하고 밥 냄새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밥은 늘 한 냄새지만 산은 산마다 냄새가 다르다.


이번에 가본 몽불랑이 그랬다. 늘 눈을 이고 있는 바위산이 거기 있었다.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오르니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그래서 산 냄새보다 사람냄새가 더 풍기는 산이었다.


몽불랑은 옛날이 그립다.

고고히 높이 솟아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보던 산이 아니던가.

아니다 외로웠을 지도 모른다. 벌 나비가 찾아오지 않는 산, 새들도 외면했을 산.

그러나 지금은 몸살을 앓고 있다.

 

산 정상에 굴을 뚫어 길을 내고 두 봉우리를 다리로 연결하며 절벽에 다닥다닥 건물을 붙여 계단과 간이식당이 들어서 있다.

예약만하면 정식 요리를 해주는 Restaurant도 있다.


이제는 우러러보는 산이 아니라 정수리에서 내려다보는 산으로 전락했다.

그래도 몽불랑은 큰 산이다. 주위에 둘러선 알프스의 큰 봉우리들이 경배하고 있지 않는가.

그 산들이 우러러 보는 정상에 올랐으니 우리는 세상을 얻은 거나 다름없었다.


계단은 얼음이 남아 있고 갑자기 3,800m이상을 올랐으니 고소증이 오는 분도 있었다. 지상에서 제일 높은 곳에 걸려있는 다리를 건너 간이식당으로 가서 커피를 한잔씩 했다.


여덟 사람이 처음으로 같이 여행을 하게 된 분들이지만 산을 만나는 마음은 순수하고 하나로 통했다.

본래는 여섯 분이 2년 전부터 준비하고 비행기 예약하고 진행해온 여행이었는데 마지막에 갑자기 우리 내외가 합류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12일, 크루스 14일 예정인데 세 토막으로 나누어진 유럽여행에서 산을 만나고 싶은 내 욕심이 한 토막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몽불랑은 늘 환상 속에서 그리던 산이었다. 그러나 올라서 내 카메라에 다 담고 나니 멀리서 바라보던 미인의 민낯을 보는 듯 허탈하다. 기다리며 꿈속에서 그리던 그때가 새로워 진다.


우리는 산 냄새에 취하고 커피 향에 취한 체 하산을 서둘렀다.

다음 알프스의 주봉 마터호른을 만나야 할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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